[주목, 이사람]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한국무용 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대개는 고운 한복, 버선코, 그윽한 춤사위를 연상한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전통이지만, 선뜻 다가서기에는 부담스럽다. 무심한 대중의 의식 속에서 한국무용은 ‘박제된 문화재’에 가깝다. 국립무용단의 행보를 보면 이런 선입견이 산산이 깨진다. 국립무용단은 최근 무용계에서 신선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끓어오르고 약동하며 논쟁을 생산한다. 모두 윤성주(57) 예술감독이 부임한 뒤 일어난 일이다. 윤 예술감독은 내달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우선 윤 예술감독은 지난해 현대무용 안무가 안성수에게 한국무용을 맡겼다. 여성복 ‘구호’를 이끌던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도 함께 했다. 의상·무대·연출이 그의 몫이었다. 통념을 깬 이 시도에서 동서양이 화합한 ‘단’과 수묵화 같은 ‘묵향’이 탄생했다.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우리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대작, 중규모 작품, 소품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어야 여러 국가에서 초청받아 동시다발적으로 공연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레퍼토리를 축적해야 하고 여러 안무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올해는 한 발 더 나갔다. 한국무용을 아예 본 적도 없는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을 불러들였다. 사리넨은 지난달 ‘회오리’를 선보였다. 무대는 세련되면서도 원시적 역동성이 넘쳐흘렀다. 국립무용단의 최근작을 본 이들은 왜 국립 단체가 혁신에 앞장서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윤 예술감독은 이에 대해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동시대 사람들의 시각을 포용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다”고 단호히 말했다.“우리가 신라시대에 산 적이 없는데, 막연히 신라 춤을 춘다고 전통일까요? 무보(무용을 기록한 책)에 쓰인 역사적 글을 복원, 재현, 전승하는 작업은 국립국악원에서 해요. 또 부채춤·살풀이·승무는 우리가 아니어도 다른 단체들이 출 수 있어요. 이런 춤으로는 세계에서 영국 로열발레단, 파리 오페라발레단과 겨루기 힘들어요.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 독창성이 가미된 한국무용을 탄생시켜야죠. 현대 관객은 시각이 너무도 열려 있는데, 우리는 (두 손바닥을 좁히며) 요것만 보고 있으면 안 와요. 국립무용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을 내놓아야 해요.”그는 무용별로 칸막이를 나누는 건 낡은 생각이라 여긴다. 1960년대 대학 무용과가 생길 때 한국·발레·현대 무용으로 나뉘어 교육받다 보니 이런 구획짓기가 고착화됐다. 이미 무용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장르 간 협업을 해보자는 움직임이 싹텄다. 윤 예술감독은 “춤은 이제 한국 무용, 발레가 아닌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으로 나뉜다”며 “전통을 발전시키는 한편, 동시대 관객이 원하는 컨템포러리 춤을 창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중이 원하는 한국춤을 하나로 정의하긴 어려워요. 청소년, 노인, 어린이, 마니아 등 관객별로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해요. 교집합이 있다면 예술성이 높은 양질의 작품이란 거죠. 이게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이고, 그 시발점이 ‘단’ ‘묵향’ ‘회오리’예요.”전통무용계 일각에서는 이런 국립무용단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칫 한국무용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2년간 ‘젊어진 국립무용단’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일단 직접 표를 사는 일반 관객이 많이 늘었어요. 과거에는 학교에 표를 팔아달라고 하거나 무용단끼리 품앗이를 하기도 봉담술집했어요. 또 하나, 지금은 무용가 팬클럽을 운영해요. 공연이 끝나면 주역 무용수들이 매번 팬사인회를 해요. 무용단 연습 공개를 공지하면 1시간도 안 돼서 자리가 메워져요. 이런 게 굉장히 보람 있어요. 아무래도 남성 무용수의 여성 팬이 많지만, 의외로 공개 연습에 오는 남성 관객도 3분의 1쯤 돼요.”윤 예술감독은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을 내보험찾아줌전공하고 1979년 졸업하자마자 국립무용단에 입단해 15년을 보냈다. 그의 스승으로는 전황, 최현, 송범, 이매방이 있다. 1994년부터 8년간은 국립국악고등학교 교사, 안무가, 2007년부터 3년간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으로 일했다. 그는 “원래 성격이 진취적인 데다 목표를 정하면 후퇴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는다”며 “큰 일은 잘 해도 오히려 작은 일은 신경 쓰지 않으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용계에서 오롯이 내 일에 암보험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에서 남은 그의 임기는 1년. 그는 향후 과제로 “지금 물꼬를 튼 흐름을 궤도에 안착시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작들도 예정돼 있다. 올해 9월에는 그와 안성수가 공동안무한 ‘더 게임’(가제)을 선보인다. 한국무용과 남성정력제추천현대무용의 정점이 대비되면서 한 무대에 오르는 담적병작품이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기에 변수는 있지만, 해외 무용가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그가 동시대와 호흡하는 한국무용에 대해 고민하는 건 그만큼 우리춤에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무용을 어려워하는 관객을 위해 그에게 우리춤의 매력을 물었다. “춤을 잘 춘다는 건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눈에 띄지 않고 물처럼 흘러가죠. 바람이 부니 나뭇잎이 흔들리듯 나풀거리는 손 매무새, 버선코가 움직이는 발 디딤새, 아름다운 몸의 각도. 이걸 내구제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라, 무심코 가개통폰있어도 그림인 거예요. 몸이 음악을 타는 폰테크거죠. 잘 돌고 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절제하는 게 포항꽃집어려워요. 국립무용단 무용수의 외양은 세계 최고예요. 몸 비율이 좋지요. 관객이 ‘잘 빠진’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데, 거기에 춤을 볼 줄 아는 마음을 갖추면 금상첨화일 거예요.